불가리아는 이제 기대 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이다.

동유럽 하면 한국인들은 주로 체코, 헝가리, 폴란드와 같은 나라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동유럽 국가 중에 불가리아라는 나라가 있다. 아마 불가리스란 요구르트 브랜드를 통해서 그나마 알려졌을 것 같고 TV여행 프로그램에서 장수 국가로도 알려져 있는 나라이다.

 
여러분은 불가리아 하면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대부분은 요구르트와 장수 국가 정도일 것 같다. 이 장수 국가 불가리아가 이제 기대 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로 전락하였다고 해서 그 내용을 살펴본다.

 
약 3천 년 전, Thrace문명 시대부터 불가리아에선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었다. 유목민족인 Thrace인들은 양을 키우며 생활했었는데, 이때 식물에 있던 박테리아가 양에게 붙어서 젖을 짤 때 우유에 들어간 것이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불가리아 요구르트’의 기원이라고 한다.

 
특유의 시큼한 맛이 나는 불가리아 요구르트 점차 세계로 퍼져나가 팔리면서 불가리아의 상징처럼 되었었다. 그리고 불가리아 하면 장수 국가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요구르트 광고 외에도 여러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유럽의 대표적인 장수 국가로 불가리아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요구르트로 건강함을 유지한다는 스토리도 자연스럽게 얘기되는데, 과연 불가리아는 장수 국가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출처 bing

 
불가리아에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 마을이 있기는 하다. Rodopy 산맥 주변에는 아직도 100살 넘는 사람이 많이 산다고 하며, 이들은 직접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고, 채식 위주의 식사와 많은 움직임으로 건강을 유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21세기 불가리아는 자급자족하며 시골에 다수의 사람들이 사는 그런 농업국이 더 이상 아니다.

 
2021년 국제통화기금 통계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1만 2천 달러에 이르며, 산업화가 진행된 EU회원국이다. 약 683만 명 인구 중 500만 명이 도시권에서 살고 있다. 분명히 소수의 장수 사례는 있지만 그것 만으로 장수 국가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통계 자료를 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EU가 집계한 불가리아의 기대 수명은 73.6년으로 유럽 평균보다 8년이나 낮다. 유럽에서 기대 수명이 가장 긴 노르웨이(83.3년)보다 거의 10년 정도 짧으며, 2022년 7월 OECD 통계 자료에 나온 한국의 기대 수명(83.5년)과 비교해도 10년 가까이 차이 난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EU 전체에서 기대 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가 바로 불가리아라는 것이다. 장수 국가 같았지만 실제로는 장수와 가장 먼 나라였다. 코로나 팬데믹 후 불가리아 기대 수명이 2년이나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2년 11월 기준으로 불가리아의 백신 접종률은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30%대여서 수명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이 있다.

 
예상과 다르게 불가리아 기대 수명이 이토록 낮은 이유가 궁금해진다. 여기에는 대표적인 2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낮은 보건 의식에 따른 높은 흡연율이다. 2021년 사망자 중 18%가 흡연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2020년 통계는 불가리아가 EU회원국 중에서 흡연자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하루에 20개비 이상 피우는 비율이 12.9%로, 가장 낮은 스웨덴의 12배 이상이다.  흡연율은 남성, 여성의 차이가 거의 없고, 학생들도 담배를 피우는 대표적인 ‘애연 국가’이다. 두 번째는 비효율적인 의료 체계이다. 연구기관에 따르면 불가리아의 의료 체계는 유럽 내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가장 높은 수준인 노르웨이가 100점 만점에 80점이라면 불가리아는 31점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지수에는 의료 체계의 질과 기술, 의료시설 등의 요인들이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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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고령자 비율이 21%가 넘어서며 초 고령 사회로 진입한 불가리아는 고령층 의료비 지출 부담이 계속 늘고 있는데, 한 달에 약 30만 원 정도의 국민연금에 의존하는 노인들은 병원과 약국에 쉽게 가지 못하고 퇴직 후에도 계속 일을 한다. 이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워 빨리 사망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불가리아 정부는 EU기금을 활용해 2030년까지 보건 개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는데, 국민 건강 증진 사업과 질병 예방 분야 투자와 금연 캠페인등을 통해 국민 건강 인식을 개선할 예정이며, 질병 예방을 위한 설비 투자와 감염병 예방 시스템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의료 효율화 추진 및 비대면 진료, 의료행정 디지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보건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개선해야 할 내용들이 일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인플레로 국민의 실질소득이 줄고, 의료인도 급여를 많이 받는 서유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고 있어서, 대도시가 아닌 지역의 병원은 문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노인들은 이제 연금으로 기본 생활을 영위가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젊은 노동인구는 자국에 대한 비관과 함께 서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결과, 불가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줄어드는 국가가 되어버렸다. 종합하면 불가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기대 수명이 짧은 국가이면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줄고 있는 나라로 돼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국가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로 추락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건 개선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 세대와의 의견 통합으로 보인다. 그들의 건강보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아무튼 젊은 세대의 유출을 막지 못하면 노령층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즉, 세대 간 통합이 되어야  밝은 국가 미래를 그릴 수 있고, 그래야 젊은 세대는 불가리아에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노후에도 편히 살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앞으로 불가리아가 장수 국가의 영광을 되찾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