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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로 가을여행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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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제법 이름난 관광지엔 일본 현지인보다 한국인이 많다는 여행 후기가 심심찮게 보인다. 코로나 앤데믹으로 전환된 이후 일본은 현재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해외 여행지이다. 그리고 좀 더 일본다운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흔히 잘 알고 있는 대도시의 유명 관광지보다 지역 소도시로 눈길을 돌린다.

 

언덕위의 구름 박물관
언덕위의 구름 박물관 , 출처 hankook ilbo

 

에히메현 마쓰야마도 그런 소도시중 하나이다.  에히메현은 일본을 구성하는 4개 주요 섬 중에서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 서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시코쿠의 면적은 경상북도와 비슷한데, 에히메현을 비롯하여 도쿠시마, 가가와, 고치 4개 현이 있으며, 마쓰야마는 에히메 현청 소재지이자 중심 도시이다.

 

마쓰야마 중심부 에히메 현청 부근에 ‘언덕 위의 구름’이라는 박물관이 있다. 소설가 시바 료타로(1923~1996)가 1968년 4월 22일부터 1972년 8월 4일까지 산케이신문에 연재한 소설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막힌 듯한 노출 콘크리트 통로를 따라 이동하며 소설 속에 나오는 시대상과 주인공의 생애 등이 전시되고 있다. 관람 동선은 소설 제목처럼 완만하게 언덕을 오르듯 하게 설계되어 있다.

 

언덕 위의 구름 박물관 바로 옆에는 ‘도련님(봇짱)’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익숙한 또 다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 유적이 있는데, 1895년 마쓰야마 중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했을 당시 묵었던 하숙집 자리하고 한다. 지금은 ‘아이쇼테이’라는 카페가 영업 중에 있다고 한다. 소설 ‘봇짱’의 무대임을 알려주는 ‘봇짱열차’는 증기기관차를 디젤로 바꿔서 지금도 여전히 관광객을 태우고 마쓰야마 시내를 누비고 다니고 있다.

 

반스이소
반스이소 , 출처 hankook ilbo

 

‘아이쇼테이’라는 카페 옆에 유럽 성처럼 우아한 건물이 눈길을 끄는데, 반스이소(萬翠莊)라는 이 건물은 옛 마쓰야마 번주의 별장으로 1900년 초에는 상류층의 사교장으로 쓰였다고 하며, 지금은 이벤트나 전시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부터 지붕 위 첨탑으로 향하는데, 그 위에 바로 이 도시의 상징인 마쓰야마성이 자리하고 있다.

 

마쓰야마성은 에도시대 이전에 지어진 것 중에서 천수각이 남아 있는 12개 성 중 하나로 1627년 가토 요시아키 영주가 착공한 지 25년 만에 완공되었고, 1784년 낙뢰로 천수각이 소실됐지만 재정난으로 70년이 지난 1854년에야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1인용 리프트
1인용 리프트 , 출처 hankook ilbo

 

성곽까지 산책로가 있지만 여행객들은 주로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성곽 동편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상부까지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3분, 리프트를 타면 6분가량 소요된다. 리프트는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1명씩 타고 이동하는데, 앞뒤로 흔들거릴 때마다 살짝 스릴도 느껴진다.

 

케이블카 정류장에 내리면 본격적인 성곽 투어가 시작된다. 모서리가 부챗살 모양으로 안으로 살짝 휘어지게 쌓은 높은 석벽이 시선을 가로막는다. 입구에서 중심부인 천수각까지는 지그재그로 몇 번 휘어지면서 여러 성문을 통과해야 한다. 천수각 안의 동선도 미로처럼 막혔다 연결되기를 반복한다.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의 중심 망루에 오르려면 건물 내부에서 좁은 계단을 몇 차례나 오르내려야 한다.

 

마쓰야마성에서 조망
마쓰야마성에서 조망 , 출처 hankook ilbo

 

 

가장 꼭대기 망루에 다다르면 남쪽으로 마쓰야마 시내가 시원하게 조망되는데, 넓은 평지 뒤로 이시즈치산을 중심으로 길게 연결된 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희미한 산줄기 위로 뭉게구름이 걸려 있는데, 시바 료타로도 아마 이런 풍경을 보고서 ‘언덕 위의 구름’을 연상했을 것 같다. 망루 서쪽에는 낮은 도심 건물 뒤로 혼슈와 시코쿠 사이에 있는 세토내해가 아스라이 조망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로 유명한 도고온천

도고온천은 마쓰야마성만큼 자랑스럽게 여기는 관광지이다. 3,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고온천은 8세기에 편찬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단가집인 ‘만요슈(萬葉集)’에도 실려 있고,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에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건물이기도 하다.

 

미로처럼 얽힌 도고온천 내부는 인간의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지친 800여 신들이 밤마다 피로를 푸는 장소로 그려진다. 현재의 도고온천 본관 건물은 1894년에 당시 촌장이 출자자를 모집해서 지었다고 한다. 투자자에게는 평생 이용권과 자손에게 양도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는 당시에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각각의 구조가 다른 7개의 건물을 하나로 결합한 듯한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부는 계단과 복도의 위치가 상이하고, 정면과 뒤쪽 입구의 높이도 다르다. 내부에 기와지붕을 사용한 것도 특이하고, 뜨거운 온천수와 김이 건물을 상하지 않게 설계한 것도 독특하다.

 

마쓰야마 도고온천
마쓰야마 도고온천 , 출처 bing

 

현재 2024년 말까지 보존 수리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본관 정면 일부를 제외하면 전부 가림막으로 덮여 있다. 그럼에도 흉물스럽지 않은데, 그 이유는 가림막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다.

 

가림막은 마쓰야마의 지역 화가인 오타케 노부오가 ‘열, 빛 그리고 사람과 거리가 만들어 내는 에너지’라는 테마의 그림을  25배로 확대 인쇄한 작품이다. 외부는 공사 중에 있지만 영업은 계속된다. ‘신의 온천 입욕’과 2층 대청방 휴식을 포함한 입장료는 840엔(약 7,600원 정도)이다.

 

사실 온천 이용객보다도 건물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더 많다고 한다. 도고온천 전철역은 근대적인 외관을 그대로 유지한 채 스타벅스 커피가 입점해 있다. 바로 옆에 봇짱열차 종점이 있고, 광장에는 발을 담글 수 있는 작은 노천탕도 있다. 온천 본관으로 가자면 각종 기념품과 간식거리를 팔고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상가를 통과해야 한다.

 

도고온천 주변 낮은 언덕으로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도고온천을 지키는 신을 모신 유진자(湯神社)에 오르면 본관 건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도 작은 규모의 노천 족욕시설이 조성되어 잇다. 에히메현은 한적한 분위기에서 일본의 온천문화를 체험하기 좋은 곳으로, 도고온천에서 약 4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니부카와온천 미카도(鈍川温泉 美賀登)도 추천한다.

 

여관에 투숙하지 않고도 낮 시간에는 점심과 온천이 포함된 체험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3~4명이 들어갈 수 있는 아담한 온천탕은 물소리가 청량한 계곡과 접해 있다.

 

쇼핑이 목적이라면 대도시를 방문하는 게 맞겠지만,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에 힐링을 주고 여유를 찾고 싶다면 마쓰야마와 같은 일본 소도시들을 방문하는 것이 제격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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