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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망대가 상상밖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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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망대가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으로 2017년 11월 조성 사업이 시작되었고 2022년 6월이 되어서 모든 공사가 완료되었다.
 
이전의 애기봉 통일전망대는 '전망대'와 매년 겨울에 조명 점등 문제로 남북 간 갈등을 조성했었던 '애기봉 등탑'이 있었지만, 애기봉 등탑은 공원 조성 전인 2014년에 이미 철거되었다.
 

무장애길과 평화생태 전시관
무장애길과 평화생태 전시관 / 출처 oh my news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서 일어난 변화는 시설이 크게 확충되고,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예전보다 더욱 다양해졌다. 공원은 크게 '평화생태 전시관'과 '조강 전망대'로 나뉜다.

공원 입구 검문소를 지나 산비탈을 따라 오르면 첫 번째로 마주하는 건물이 평화생태 전시관이다. 전시관은 영상관과 가상현실 체험관, 그리고 '평화', '생태', '미래'를 주제로 한 3개 전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강 이라는 낯선 단어를 이해하려면, 이곳에서 잠시 이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한때 화려했지만, 한국전쟁으로 이제는 과거 속으로 사라진 조강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다.

 
조강은 예전에 '임진강과 한강, 예성강이 만나서 서해로 흐르는 한강 하류 끝의 물줄기'를 지칭하던 말이다. '바다처럼 거대한 큰 강' 또는 '할아버지 강'이라는 뜻이다.

한국전쟁 전까지만 해도, 조강은 한양과 개성을 오가는 주요 조운로 역할을 하며 경제 활동이 활발했던 곳이다.

또한 육로보다 쉽게 물자나 사람을 옮길 수 있어서 군사 및 견제측면에서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한마디로 조강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했다.

한국전쟁 중에도 남북이 이곳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며 '다양한 생태 보고'로 남아 있다.

평화 전시관에서 전면 통창으로 한강 일대를 조망할 수 있고, 생태 전시관에서는 아픈 역사 속에서 아름답게 보전된 조강의 생태를 볼 수 있다.

전쟁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이곳에서 수많은 동식물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이다.

가상현실 체험관에서는 모형 기차를 타고 조강 넘어 개성으로 과거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미래 전시관에서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이 담고 있는 의미'를 조명 불빛이 화려한 미디어 아트로도 감상할 수 있다.
 

생태전시관
생태 전시관내 조형물 / 출처 oh my news

 
전시관 관람 후, 건물 뒤쪽에 가면 주제정원이 나온다. 이곳에 워터가든, 컬러풀가든 등의 작은 정원들이 있다. 예전 통일전망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평화로운 풍경이다.

이 정원으로 방문객에게 지금 민간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민통선 안에 들어와 있다는 긴장감을 한결 부드럽게 누그러뜨려준다. 

이 공원의 가장 큰 변화는 전시관에서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에 있다. 주제정원을 지나면 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흔들 다리'가 눈에 들어오는데, 흔들 다리가 놓이면서, 전망대 오르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출렁다리 밑으로 장애인들이 휠체어로 타고 오를 수 있는 '무장애길'이 지그재그로 설치되어 있다. 이 길은 흔들 다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지만, 그 길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공원 풍경과 한강 하구(조강)는 아름답다.
 

흔들다리
흔들다리 / 출처 oh my news

 
 

전망대
북한을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 / 출처 oh my news

 

조강 전망대에는 평화교육관, 오픈갤러리, 루프탑 154(야외전망대) 등이 있다. 루프탑 154는 이곳 애기봉이 154 고지의 야산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곳 야외 전망대는 남한에서 북한 땅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다볼 수 있는 곳인데, 강 하나를 두고 남과 북이 겨우 1.4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전망대에서 보면, 조강 모습과 산과 들판이 오밀조밀하게 뒤섞인 북한 땅과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까지 모두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풍경이 실로 장쾌하다. 전망대 앞에 보이는 북한 땅은 개풍군에 속한다.

북한 땅이 얼마나 가깝게 보이는지, 조강 건너편 논과 농촌마을이 손에 잡힐 듯해 보인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마을 앞길을 걸어가거나 논농사를 짓는 북한 주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데, 추석 무렵이 되면 북한 주민들이 논에서 추수하는 광경을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농촌 마을 한쪽에 허름하고 낡은 시멘트 건물 몇 채가 보이는데, 북한의 전시용인 '농촌문화주택'이다. 남한으로 치면, 빌라나 다가구주택쯤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건물들이라는데, 사람 사는 흔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문득 그곳에 살고 있을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여기서 그들을 바라보듯이 그들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게 분명하다. 들판 너머로는 멀리 개성 송악산이 보이는데, 마치 서울 시내에서 남산이나 관악산을 보는 것만큼이나 가깝다.

전망대를 내려오면 '남북 평화의 종'이 있다. 이 종은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에서 나온 탄피와, 남북을 가로막았던 녹슨 철조망, 철거가 된 애기봉 등탑 등을 녹여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종은 누구나 타종을 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공원 안으로 종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종소리는 낮고 묵직하며, 꽤 오랫동안 울려 퍼진다.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전망대에서 북한 땅 쪽으로 목청껏 소리치지 못했던 가슴속 한 마디가 종소리가 되어 애기봉 너머로 멀리 퍼져나가는 느낌이다. 애기봉의 원래 이름은 '쑥갓머리산'이라고 한다.

여기봉(女妓峰) 또는 예기봉(藝妓峰)으로도 불렸다는 이곳이 그런 이름으로 불린 건 '병자호란 때 오랑캐에 쫓겨 내려온 평안감사와 그의 첩이 조강에서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애틋한 설화'가 전해지는 데서 기인한다고 한다.
 

남북 평화의 종
남북 평화의 종 / 출처 oh my news


그런데 여기봉 또는 예기봉으로 불리던 봉우리가 애기봉으로 불리게 된 과정이 석연찮다. 1966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전직 군인 출신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했다가 그 설화 속 사연을 듣고 "이곳에 친필로 애기봉이라 쓰고 비석을 세우도록 하였다"는 말도 있다.
 
그 이후, "애기봉이라는 이름이 쓰였다"라고 하는데, 추측해 보면 '예기봉'을 '애기봉'으로 잘못 듣고서 그 같은 이름을 남긴 건 아닌가 생각된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 가기 전에는 통일전망대가 영원히 통일전망대로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시 또 가 봐야 볼 게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예전의 통일전망대에서 겪었던 일들을 모두 잊어버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 갈 때 신분증 지참은 필수이다. 사전에 예약을 하고 가는 것도 잊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방문객이 많은 날에는 정문에서 퇴짜를 맞을 수도 있다.
 
주말 예약은 필수이다. 그나마 최근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지난 7월 24일부터 연중 휴무로 운영되고 있다. 입장료는 성인이 3,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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